왜 사람들은 "이 전쟁은 달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까요?
1971년 이후 세계 원유 거래는 달러로만 결제됩니다.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계입니다. 이란이 "우리 석유, 위안화나 유로로 팔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달러 수요가 흔들린다는 논리가 여기서 나옵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2000년에 유로 결제로 전환했고, 얼마 후 미국의 침공을 받았습니다. 리비아의 카다피도 아프리카 금화 결제를 주장하다 정권이 무너졌죠. "우연치고는 너무 일치한다"는 생각, 이해됩니다.
하지만 이 주장엔 치명적인 구멍이 있습니다
간단한 질문을 해봅시다. 이라크 전쟁에 8조 달러 넘게 썼는데, 달러가 강해졌나요? 오히려 2001~2008년 사이 달러 인덱스는 40% 이상 급락했습니다. 달러를 지키려고 한 전쟁이 달러를 가장 많이 약하게 만든 셈입니다.
달러가 아니라면, 미국은 대체 왜 이 비싼 전쟁을 합니까?
이 질문에 최근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IMEC(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 이론입니다. 인도에서 시작해 아라비아반도, 이스라엘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물류 고속도로인데, 미국이 이 새로운 교역로를 확보하려 하고, 이란이 그 길목을 막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봉쇄하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위협하는 것은 이 물류 경로를 정확히 겨냥합니다. "돈길을 막으면 전쟁이 온다"는 논리, 꽤 설득력 있어 보이죠?
더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헤즈볼라·하마스 같은 무장 세력에 자금과 무기를 공급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알박기가 아니라, 국제 질서 자체를 흔드는 행위입니다. IMEC는 그 충돌의 무대일 뿐, 본질이 아닙니다.
사자가 하이에나를 응징하는 것을 두고 "사자도 결국 배가 고파서 그러는 것"이라고만 설명하면, 초원의 질서가 왜 존재하는지를 놓칩니다. 경제적 이익과 도덕적 정당성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이란 이후 중동에 안정이 오면, IMEC도 작동하고, 핵 도미노도 멈추는 것이죠.
이란이 핵을 가지면 사우디, 터키, 이집트도 핵을 원하게 됩니다. 핵 도미노가 시작되는 거죠. 이것을 막는 것이 미국에게는 달러 방어나 물류 이익보다 훨씬 근본적인 전략 목표입니다. 한마디로, '규칙 기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그 모든 것의 전제입니다.
하필 이 시기에 충돌이 격화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이 핵무기 제조 가능 수준(90%)에 근접했습니다. 외교적 해결의 시간이 실질적으로 끝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전략적 주의가 분산된 틈을 이란이 활용했습니다.
여기에 IMEC라는 새로운 변수가 겹쳤습니다. 2023년 G20에서 공식 선언된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미국 주도 인프라 전략의 핵심입니다. 이 경로가 작동하려면 중동 안정이 필수인데, 이란의 후티·헤즈볼라 지원은 그 전제를 정면으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전략적 기회와 전략적 위기가 동시에 임계점에 달한 것입니다.
트럼프가 전쟁 비용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 그의 계산서를 들여다봅니다
"딜의 달인"으로 자처하는 트럼프가 막대한 전쟁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전쟁에 뛰어들었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숫자들을 보면, 그가 어떤 계산을 했는지 윤곽이 드러납니다.
전쟁 비용 (펜타곤 공식 발표)
(전문가 추정, 초당 $11,500~)
의회 요청액 (헤그세스 장관)
(전쟁 중 처음 돌파)
숫자만 보면 무모한 도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에는 비용 회수 플랜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실제 발표된 전략과 최신 연구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나쁜 놈들을 죽이는 데 돈이 든다(It takes money to kill bad guys)"고 말하며 주요 방산업체들과 백악관 회동 후 "정밀 무기 생산 4배 확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너럴 다이나믹스, 보잉, 레이시온 등 방산 기업들은 이미 수조 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확보했습니다. 전쟁 비용은 미국 제조업 부흥의 마중물이 되는 셈입니다.
알자지라와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Kharg) 섬 장악 작전과 고농축 우라늄 확보 계획을 검토 중입니다. 전쟁 중 미국이 이란 유조선의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한 것도 전략적 계산이었습니다. 재무장관 베선트는 "이란 석유 1억 4천만 배럴을 '제재 해제'해 시장에 풀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유가를 조절하는 동시에 전후 이란 석유 이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트럼프는 관세 수입으로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일관되게 밝혀왔습니다. 또한 일본 총리와의 회동에서 "일본은 석유의 90%를 호르무즈를 통해 들여온다, 당연히 분담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한국도 동일한 구도에 놓여 있습니다. 전쟁 비용을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수혜국들에게 청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협상 당시 이란은 핵포기의 대가로 "미국 기업이 19기 원자로 건설 계약을 가져가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전쟁이 이란 정권 교체나 비핵화로 끝난다면, 이란 재건 사업과 에너지 인프라 계약은 막대한 경제적 보상이 됩니다. 이라크 전후 재건처럼 미국 기업이 최대 수혜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이 계산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CNN 이코노믹스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가스 가격 급등, 모기지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재발"이라는 국내 경제 역풍을 경고합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유가 충격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라크전 당시 폴 울포위츠 국방부 차관은 "이라크 석유 수입으로 재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실제 비용은 8조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가장 지혜로울까요?
대한민국은 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며, 안보는 미국에 의존합니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당기는 줄다리기입니다.
역사는 힌트를 줍니다. 한국이 가장 손해를 본 순간은 편을 너무 일찍 선명하게 골랐을 때였고, 가장 이득을 얻은 순간은 원칙을 지키되 실익을 계산했을 때였습니다.
① 핵 비확산·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서는 미국과 분명히 같은 편에 섭니다 — 이것은 외교 협상 카드가 아닙니다.
② 경제 실익(중국 교역, 에너지 노선)은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협상합니다.
③ 자체 방위력을 키워 "우리를 버릴 수 없는 나라"가 됩니다. 협상력은 의존도가 아닌 역량에서 나옵니다.
기축통화는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죽나요?
기축통화의 생명력은 한마디로 "이 화폐로 어디서든, 누구와든 거래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영국 파운드가 20세기 초 기축통화 자리를 잃은 건 군사력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재정이 파탄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진짜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습니다. 위기가 오면 오히려 달러로 자금이 몰립니다. 이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군대가 아니라 법치, 투명성, 예측 가능한 정책입니다.
세계는 기축통화가 반드시 필요할까요? 달러가 각국에 정말 유익한가요?
솔직히 말하면, 불편하지만 편리한 시스템입니다. 기축통화가 없으면 한국이 브라질 철광석을 살 때 원화-헤알 환율을 매번 협상해야 합니다. 달러 덕분에 세계 무역은 훨씬 단순해집니다. 이것이 진짜 혜택입니다.
하지만 비용도 있습니다.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 물건을 산다'는 특권을 누립니다. 다른 나라들은 달러를 벌기 위해 실물을 수출해야 하죠. 이 구조적 불균형을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라 부릅니다.
중국의 위안화, 유럽의 유로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위안화는 자본 통제 때문에, 유로는 회원국 간 경제 격차 때문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결국 당분간 달러를 대체할 화폐는 없지만,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세계의 조용한 시도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 국제 금융의 가장 긴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