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돈이 된다
COP 기후회의장과 전용기들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 COP28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렸다. 197개국 대표단과 수만 명의 전문가, 활동가, 로비스트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이 회의 하나를 개최하기 위해 발생한 탄소 배출량은 약 25만 톤. 작은 나라 하나가 한 해 동안 내뿜는 양이다.
탄소를 줄여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탄소를 가장 많이 내뿜으며 날아와 회의를 한다.
이것이 우연이 아닌 이유를 우리는 이제 이야기해야 한다.
탄소세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유럽 폐공장과 아시아 가동 공장의 대비
탄소세의 논리는 간단해 보인다. "오염시키면 비용을 치르게 하라. 그러면 기업들이 스스로 줄일 것이다."
아름다운 논리다. 그러나 50년의 실험이 끝난 지금, 데이터는 냉정하다.
유럽연합은 2005년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도입했다. 20년이 지났다. 유럽의 탄소 배출량이 줄었는가?
공식 통계상으로는 줄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답이 달라진다.
유럽의 탄소집약적 공장들이 규제가 없는 동남아, 중국, 인도로 이전했다. 유럽 장부에서는 탄소가 사라졌지만, 지구 대기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라 부른다. 숫자 이동이다. 실체가 없다.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이 아니라 행정 비용, 컨설팅 수수료, 인증 기관 수익으로 상당 부분이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위기가 해결될수록 이 시장은 줄어든다. 이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유지해야 할 업종이다.
같은 비용, 다른 목적지
물가 상승에 놀란 가족
독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짚자.
"탄소세를 중국에서 걷든, 유럽에서 걷든 결과는 같지 않느냐?"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유럽이 탄소 국경세(CBAM)를 통해 중국 수출품에 탄소세를 매기면, 그 돈은 유럽 정부 금고로 들어간다. 중국이 자국 기업에 탄소세를 미리 걷으면, 그 돈은 중국 정부 금고로 들어간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낼 돈이다. 그러나 국가 전략으로 보면, 이것은 수조 원의 세수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전쟁이다.
이 구조에서 진정한 패배자는 철강을 사고, 시멘트를 사고, 전기를 쓰는 최종 소비자다.
캐나다의 실험이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증명한다. 캐나다는 탄소세로 거둔 돈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탄소 배당'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고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자 국민들은 "받는 것보다 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체감했다. 결국 2025년 4월, 캐나다는 소비자 탄소세를 조용히 폐지했다.
왜 기술 대신 세금인가
탄소 포집 기술 시설
이것이 이 칼럼의 핵심 질문이다.
탄소를 실제로 줄이고 싶다면 길은 하나다. 탄소를 내뿜지 않는 에너지를 더 저렴하게 만들거나, 내뿜은 탄소를 다시 잡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기술은 실제로 작동한다. 태양광 발전 단가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90% 넘게 떨어졌다. 탄소세가 아니라 기술 혁신이 이 가격을 낮췄다. 노르웨이의 시멘트 공장은 굴뚝에서 탄소를 직접 포집해 연간 40만 톤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포집한 탄소를 플라스틱 대체재, 항공유, 건축 자재로 전환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제사회는 이 기술 투자를 중심에 놓지 않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세금은 지금 당장 걷을 수 있고, 기술은 수십 년이 걸린다. 국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임기는 4년이다. 그들에게 20년 뒤의 기술 혁신은 다음 정권의 몫이다.
실제로 탄소세를 내는 것이 기술 개발보다 저렴하다면, 기업들은 기술 개발 대신 세금을 낸다. 그리고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혁신 없이 요금만 오르는 구조가 된다.
카르텔의 해부
탄소 금융 거래소
기후 카르텔을 구성하는 세 개의 층이 있다.
첫째 층은 국제기구와 관료 집단이다. UNFCCC, IPCC, 각국 환경부의 예산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례해 늘어난다. 위기가 줄어들면 예산이 줄어든다. 이들은 구조적으로 문제의 해결보다 문제의 유지에 인센티브가 있다.
둘째 층은 탄소 금융 산업이다. 탄소 배출권은 주식처럼 거래된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같은 금융기관들은 탄소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 탄소 시장이 커질수록, 복잡해질수록 이들의 수익은 늘어난다. 규제의 복잡성은 그들에게 적이 아니라 진입장벽이다.
셋째 층은 '그린워싱' 기업들이다. 실제 감축 대신 나무를 심거나 배출권을 사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탄소가 실제로 줄지 않아도 서류상으로는 '탄소 중립'이 된다.
세 층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이 있다. 기후문제가 실제로 해결되면 이 산업 전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막다른 길의 통행세 징수원
진짜 질문
탄소세가 지난 20년 동안 지구 기온을 얼마나 낮췄는지 측정된 데이터는 없다. 있다면 지금 이 칼럼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탄소세가 소비자 물가를 얼마나 올렸는지는 분명히 측정된다.
우리는 이제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어떻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탄소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 탄소를 자원으로 바꿀 것인가"이다.
길목에서 통행세를 걷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막다른 길이다. 진짜 길은 다른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