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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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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회
  • 26-04-2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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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한국인은 봄나들이를 즐겼다. 겨우내 움츠러진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꽃들을 보려고 산과 들을 찾아다닌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닷가나 냇가를 즐기고,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즐기며, 추운 겨울이 되면 빙어잡이나 썰매를 탄다. 계절마다 특색이 있어 한국인은 일년내내 바쁘다. 4계절이 순식간에 변할 뿐 아니라 봄이라 해도 쌀쌀한 초봄이 있고, 초여름 같은 늦봄도 있어서 옷의 두께도 온도에 따라 변하고, 심지어 낮과 밤으로 변한다. 한국 사람처럼 옷이 많은 민족이 또 있을까 싶다. 과거에는 어머니들이 옷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는가? 계절이 바쁘니 집안일도 덩달아 많았다. 결국 한국인은 항상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민족이 되었다. 세상은 바뀌고 이제는 더 바빠진 세상이 되었다. 과거의 집안일, 세시 풍속등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여전히 바쁘게 살아간다. 

그래도 과거에는 살림살이 자체가 고달팠는데, 이제는 사람만 잘 감당하면 된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는 사람 사이의 마찰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아무도 참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무던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모두가 까다롭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상대방에게는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한 요구를 들이밀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너그럽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나 과거보다 형편이 나아졌으니까. 하지만 사람이란 고만고만하고, 소소한 차이는 있어도 사실 대다수가 비슷한 처지다. 그리고 저마다 한두 가지 특이한 구석은 반드시 품고 살아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 꽃이 아름답다. 오래 전 보았던 그 꽃과 똑 같은데 왠지 더 아름답고 곱고 어여쁘고 대견하다. 겨우내 흉측하리만치 투박했던 나뭇껍질은 조금도 변함없건만, 가지 끝에서 가냘프게 피어난 꽃잎은 어쩌면 저리도 비단결 같은가. 분명 고목인데, 어떻게 해마다 이처럼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는가. 사람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뭇결처럼 이리저리 투박하게 갈라진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꽃잎과는 결이 영 다르다. 어떤 이의 말은 비단결 같고, 어떤 이의 말은 통통 튀는 물방울 같고, 어떤 이의 말은 도도한 강아지풀 같다. 사람에게 필요한 말은 화사한 꽃말이 아니다. 다정한 말, 배려하는 말이다. 봄꽃이 아무 조건 없이 피어나듯, 세월에 갈라진 우리의 결 속에서도 그런 말은 얼마든지 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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