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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워터게이트에서 내로남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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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6-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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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에서 내로남불까지

— 구시대의 관행을 심판한 칼날은 왜 자신들 앞에서 멈추는가 —

1. 포토맥 강의 수문이 남긴 원칙

1972년, 대선 압승이 확실했던 닉슨은 불필요한 도청을 감행했다. 미국이 그를 단죄한 이유는 최초의 범죄가 아니었다. FBI·CIA를 동원한 조직적 은폐(cover-up)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국민 기망이었다.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녹음 테이프 제출을 명령했고, 닉슨은 탄핵 직전 백악관을 스스로 걸어 나갔다.

워터게이트의 교훈은 도덕 훈계가 아니다. 권력자가 시스템을 우롱하며 수문을 닫으려 할 때, 그 수문은 결국 자신을 가두는 창살이 된다는 냉혹한 원칙이다.


2. 구시대의 관행 — 박근혜 탄핵의 맥락

박근혜 전 대통령 사태는 한국 현대사의 성장 궤적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그가 체화한 1960~70년대 패러다임에서, 대통령이 대기업을 독려해 재단을 만들고 문화·체육 사업을 추진하게 하는 것은 '국가 발전용 리더십'으로 통용되던 관행이었다. 오랜 세월 검증된 비선에게 의지해 막후를 조율하는 가신(家臣) 정치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문제는 시대가 이미 바뀌어 있었다는 점이다. 21세기의 법적 기준은 그 관행을 '정경유착'과 '직권남용'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야당의 정치적 기획, 확인되지 않은 무속 괴담 · 미용 시술 루머가 광장을 뒤덮으며 사법 절차는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변질되었다. 구시대의 관행에 머문 지도자는 새로운 시대의 잣대와 고도의 선동 사이에서 파면이라는 종말을 맞았다.


3. 정의를 독점한 자들의 더 깊은 배신

상대 진영의 관행을 '거악'으로 규정하며 도덕적 우위를 선점했던 세력이 집권한 뒤의 행태는 훨씬 더 구조적이고 파괴적이었다.

▌ 에너지 정책의 재앙

세계 최고 수준이던 원전 생태계를 '탈원전'이라는 이념으로 해체했다. 멀쩡한 산림을 밀어 태양광 패널을 도배하는 국토 훼손이 뒤따랐고, 정권과 밀착된 운동권 협동조합들이 보조금을 독식했다.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는 40조 원을 넘어 결국 국민의 전기요금 폭탄으로 전가됐다.

▌ 치수 인프라의 파괴

이명박 정부가 가뭄·홍수 대응을 위해 조성한 4대강 보를 '전임 정권 적폐'라는 이유 하나로 무력화했다. 결과는 홍수 피해로 국민에게 돌아왔다. 전문적 타당성이 아닌 이념이 치수를 결정한 최악의 사례였다.

▌ 지방 재정의 고갈

타당성 없는 호화 청사와 전시성 개발, 퍼주기 복지로 지방 재정은 바닥났다.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탈했고, 대한민국은 '서울·경기국'과 '소멸하는 지방'으로 양분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중 잣대. 보수 정권이라면 탄핵 구호가 터져 나왔을 선거 개입 의혹과 권력형 비리 앞에서, 상대의 '관행'은 파면 사유, 자신들의 '조직적 부정'은 개인 일탈 — 역대급 내로남불이다.


4. 민심의 브레이크, 그리고 역사의 법정

6·3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민주당이 12곳을 가져갔으나, 최대 격전지 서울만큼은 달랐다. 오세훈 후보가 개표 막판 0.6%포인트 차로 대역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선거 당일, 전국 67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 중 22곳에서 투표가 실제로 중단됐고, 서울에서만 33개 투표소, 특히 송파구에 14개소가 집중됐다. 그런데 MBC가 단독 보도로 밝혀낸 사실은 충격적이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수의 110% 수준으로 투표지를 인쇄하겠다며 예산을 받아갔다. 그러나 정작 중앙선관위는 각 지역에 '선거인 수의 50%'를 하한선으로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하는데 이 말이 과연 진실일까. '잔여 투표지로 선거를 조작한다'는 부정선거론의 빌미를 없애겠다는 해명처럼 들렸다.

[ 핵심 팩트 ]

• 서울 송파 잠실7동 제2투표소 — 전체 유권자의 49.3% 투표지만 준비 (3,856명 중 1,900매)

• 선관위 자체 유권자 의식 조사: 응답자의 73.6%가 '반드시 투표하겠다' — 최근 3차례 지방선거 중 최고치

• 높은 투표율을 스스로 예측하고도 투표지는 최소로 준비한 것 (도데체 투표지를 얼마나 빼 돌렸나?)

110% 예산을 받아가 50% 이하로 인쇄했다는 이 구조는 단순한 행정 실수로 보기 어렵다. 투표용지 인쇄는 선관위의 공식 수량 지시서에 따라 이루어지며, 수령·보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담당자 서명이 따른다. 인쇄소가 자의적으로 수량을 줄이는 일은 구조상 불가능하다. 투표용지를 적게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여론조사를 한 후의 결정이라 보기 힘들다. 

여기에 선관위의 고질적 패턴이 겹친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휴직자는 176명으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많았다. "불요불급한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부 공문까지 발송했음에도 줄지 않았으며, 실무를 담당하는 시도 단위에서 인력 공백이 집중됐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담당자들이 현장을 떠나고, 사태가 터진 뒤에야 선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 후 자진사퇴하는 패턴 — 이것이 단순한 행정 실수인지, 아니면 책임질 사람을 미리 없애두는 구조적 설계인지, 외부 인사 9명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가 반드시 답해야 한다.

닉슨의 교훈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도덕적 잣대는 부메랑이다. 꼬리 자르기와 언론 플레이로 임시방편의 면죄부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눈을 부릅뜬 국민의 기억과 역사의 법정까지 속일 수는 없다.

수문을 닫으려는 자, 결국 자신이 만든 문에 갇혀 파멸할 뿐이다.


불법이 진보하는 것보다, 합법은 더 철저히 진보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 선거를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 그러나 아무도 이 조직을 건드릴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결국은 이 조직을 퇴화 시키고 말았다. 선거 당일에 선관위 직원은 해외로 도망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대한민국의 선거 시스템이 얼마나 논리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그리고 산업화시대와 이념갈등의 시대는 그 도덕적, 법적 기준이 너무 다르다. 지금 우리는 이념갈등이라는 내로남불 시대에 살고 있다.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만큼, 세상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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