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5.18 민주화운동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점점 ‘성역’화 되었다. 이제는 그 어떤 비판이라도 허용되지 않고, 비판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지경까지 왔다. 그러나 더 이상 빗나가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국가 정통성이라는 냉철한 거울 앞에 올바른 역사가 세워져야 할 때다.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사실은 초기의 ‘공권력 마비와 시스템의 붕괴’다.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민주화를 향한 시민들의 외침에 군이 일방적으로 탄압을 가한 사건이 아니다. 시위 진압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그것도 정규군도 아닌 특수부대가 도심 시위 진압에 투입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군과 시민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살상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국가의 기본 책무인 치안 유지가 실패하고, 군 장비가 민간인에 의해 탈취되어 도심 한복판에서 탱크가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과연 이를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 부를 수 있는가?
또한 ‘국민 저항권’의 오남용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무장 반란이나 공권력에 대한 폭력적 공격은 그 명분이 무엇이든 정당화될 수 없다. 물론 당시 신군부의 권력 찬탈 과정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할 헌정 질서 파괴 행위였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는 방법은 법적·정치적 절차를 통한 견제여야 했지, 국가의 무기고를 습격하고 정규 군대를 공격하는 무장봉기여서는 안 되었다. 이를 ‘혁명적 행위’로 미화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행사해도 된다”라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과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안정과 번영’을 갈망했던 다수 국민의 정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1980년 당시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은 북한의 위협이라는 실존적 위기 속에서 국가의 존립과 경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일부 지역의 무장 투쟁이 대한민국 전체의 민심을 대변했다는 식의 서사는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당시 대다수 국민은 무질서와 혁명보다는 질서와 안정을 선택했고,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지 않고 산업화를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이제는 5.18을 정치적 진영 논리의 도구로 사용하는 ‘진영의 성전(聖戰)’을 멈춰야 한다. 이미 5.18은 엄청난 정치적 이익을 챙겼으며, 더는 오히려 파멸의 길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리라. 이만하면 충분하니, 우리는 이제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