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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생존의 시대를 넘어, 소명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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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11-0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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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문명사적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오랜 노동을 대신하고 있으며, 첨단 과학기술은 질병과 결핍이라는 한계의 벽을 허물어가고 있다. 비록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할지라도, 식량과 물류, 노동과 질병, 자본과 부동산, 나아가 국경이라는 제약으로부터 인류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 변화가 도래할 미래는 단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사회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이 오직 ‘생존’을 위해 자신의 귀한 삶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그리하여 마침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글로벌리즘의 질서 역시 거센 격랑을 맞이하고 있다. 경제적 풍요와 세계적 통합이 인류의 갈등을 완벽히 해소할 것이라 믿었던 기대는 민족주의의 재부흥과 국가주권의 회복, 그리고 이념적 대립의 파도 앞에 직면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줄어든다면, 인간은 진영 논리의 한계를 넘어 예술과 철학, 문학과 종교, 나아가 숭고한 자기실현과 삶의 본질적 의미를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풍요가 저절로 평화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인간의 투쟁은 비단 자원의 부재 때문만이 아니라, 권력과 명예, 그리고 지배욕이라는 내면의 탐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할 수는 있을지언정, 인간 본성에 자리한 죄성을 해결할 수 없다. 바로 여기에 미래 문명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인간의 죄는 단지 물질적 결핍에서 싹트는 것이 아니다. 성경은 가장 완벽하고 풍요로운 환경인 천년왕국의 끝자락에서도 인간이 다시 하나님을 대적하게 됨을 엄숙히 경고한다(계 20:7~10). 그렇다면 기술 문명이 열어갈 이 미래는 과연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가?

창세기 2장 15절에 하나님은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시어 그것을 경작하고 지키게 하셨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아름답게 가꾸고 책임 있게 다스리도록 부름받은 ‘소명의 존재’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존을 위한 노동을 대신하는 이 시대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이 본래적 소명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인간은 더 깊은 창조와 탐구, 세계를 돌봄과 책임, 그리고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를 누리는 데 삶을 드리게 될 것이다. 인간이 소망은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세계를 더욱 선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소망이다. 기술은 오직 인간이 자신의 거룩한 소명을 다하도록 돕는 도구로 쓰일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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