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목소리 · 시리즈 I
Episode 1
균 열
공격은 실재했고, 교회는 무방비였다
"무릇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질 것이요
스스로 분쟁하는 동네나 집마다 서지 못하리라"

— 마태복음 12:25
프롤로그
2024년 가을, 서울 여의도
S#1. 외부 — 여의도 광장 — 낮
차가운 가을 햇살. 여의도 광장에 수백 명의 기독교인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같은 목적으로 나왔지만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감, 기장, 순복음, 침례교... 각자 다른 교단 조끼를 입고, 각자 다른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하나의 몸이 여러 조각으로 흩어진 것처럼.

군중 뒤편 가로수 그늘 아래 홀로 서 있는 노인. 강민준 목사 (68세). 검은 코트, 흰 머리. 그의 눈이 이 광경을 오래 바라본다.
강민준
(혼잣말)
저 많은 사람들이 같은 예수를 믿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늘 이렇게 따로인가.
그때 스마트폰 알림이 울린다.
📱 [속보] ○○대형교회 세습 강행... 교단 총회 "유감" 표명에 그쳐
📱 [단독] 예배 불참 비율 사상 최고치... "3명 중 1명 한 달간 미참석"
📱 [사설] 교회는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있는가

강민준이 스마트폰을 코트 주머니에 천천히 넣는다.
강민준
(나직이)
의지가 없는 게 아니야.
싸울 구조가 없는 거지.
칼럼 · 논설 I
한국교회를 향한 공격 — 우연인가, 패턴인가

지난 십 년간 한국교회는 사회적으로 집중적인 공세를 받았다. 대형교회 세습 비판이 전국 언론을 도배했다. 종교인 과세 입법이 추진되었다. 기독교 사립학교의 예배 교육이 법정으로 끌려갔다. 예배 불참 이슈가 1년 넘도록 주요 신문의 주요 기사가 되었다.

각각의 사건만 보면 개별적인 사회 이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을 동시에 놓고 보면 패턴이 보인다. 첫째, 동시다발성. 세습, 과세, 학교 교육, 예배 불참이 같은 시기에 같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둘째, 선택성.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가진 다른 종교는 같은 강도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맥락 제거. 담임목사 명의 부동산 관리의 구조적 불가피성, 기독교 사립학교의 법적 권리가 일관되게 생략되었다.

이 패턴은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한다. 외부 공세에 대한 냉정한 분석, 그리고 내부의 솔직한 자기 반성. 공격을 받은 것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

01
시나리오
미션스쿨의 법정 싸움
S#2. 내부 — 강민준 목사 서재 — 저녁
강민준이 두꺼운 파일 뭉치를 펼쳐놓고 있다. 신문 스크랩들, 법원 판결문 사본들, 손으로 메모한 분석 노트들. 김다니엘 기자 (45세)가 맞은편에 앉아 있다. 기독교 전문 매체의 탐사기자.
김다니엘
(파일을 넘기며)
강우식(가명) 군 사건 파일입니다. 목사님이 보시기에 이 사건의 핵심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강민준
법적으로는 학교가 완전히 옳아요. 기독교 사립학교는 설립 이념과 학칙을 공개한 상태에서 학생을 모집해요. 입학 자체가 학칙에 대한 동의 계약이에요. 게다가 학교는 비기독교 학교로의 전학이라는 출구까지 열어줬어요.

그 학생은 전학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4년 내내 학칙을 위반하면서 졸업했어요. 법원도 학교 손을 들어줬고요.
김다니엘
(조심스럽게)
그런데 신문들은 그 학생 편이었지요...
강민준
그게 문제예요.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일을 비리처럼 보도하고, 법원이 인정한 판결을 불의처럼 프레임 짰어요. 그 이슈가 1년 넘게 지속됐고.

결과적으로 전국 미션스쿨들이 스스로 종교 교육을 위축시키기 시작했어요. 외부에서 막은 게 아니에요. 스스로 물러선 거예요. 그게 목적이었겠지요.
김다니엘
(파일을 내려놓으며)
그런데 저도... 그 기사들을 쓴 기자 중 하나였어요. 진심으로 그 학생이 옳다고 생각했고요. 누가 시켜서 쓴 게 아니에요.
강민준
그게 바로 이 공세가 무서운 이유예요. 기자님 같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거예요. 가짜가 아니에요. 진심을 이용하는 거예요.
칼럼 · 논설 II
미션스쿨 사건이 보여주는 것 — 프레임 전쟁의 해부

강우식(가명)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학교에서 예배 참석을 학칙으로 정했고, 학생은 입학 시 이에 동의했다. 불만이 있다면 전학이라는 합법적 출구가 있었다. 법원도 학교의 권리를 인정했다.

그러나 언론은 이 맥락들을 모두 생략했다. 남은 것은 "약자인 학생 vs 권위적인 교회 학교"라는 구도였다. 이것이 프레임 전쟁의 핵심이다. 사실의 선택과 배열이 현실을 재구성한다.

만약 같은 상황이 이슬람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발생했다면? 불교 종립학교였다면? 그 학생이 같은 방식으로 영웅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다면, 보도의 선택성은 스스로 드러난다.

이 사건이 1년 넘게 주요 이슈로 유지된 결과, 기독교 학교들은 스스로 종교 교육 지도를 꺼리기 시작했다. 직접 규제 없이, 자기 검열과 자발적 위축을 유도하는 것이 공세의 완성 형태다.

02
시나리오
두 목사의 대화
S#3. 내부 — 서울 인근 한식당 — 저녁
창가 자리. 강민준이사무엘 목사 (72세)가 마주 앉아 있다. 감리교 원로. 교계 전반에 신망이 두텁다. 두 사람 앞에 식은 찻잔.
이사무엘
오늘 또 기사 봤나? 종교인 과세 개정안. 이번엔 가톨릭·불교와 다른 조건을 개신교에만 적용하는 내용이야.

가톨릭은 주교회의가 입법 과정에서 사전 협의를 했어. 불교는 총무원이 협상 파트너였고. 개신교는? 총회장이 성명서 한 장 냈다가 임기 끝나고 다음 총회장이 또 다른 성명서를 냈어. 아무도 듣지 않았지.
강민준
협상 파트너가 없으니까. 정부 입장에서 개신교는 공식 대화 불가능한 집단이야. 올해 총회장 이름을 알아도 내년엔 다른 사람이거든.
이사무엘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민준아, 내가 요즘 계속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

우리에게 추기경 같은 사람이 필요해. 교단을 초월해서, 전체 한국교회를 대표해서, 정부 앞에 서고, 사회 앞에 서고, 세상을 향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교인들이 직접 뽑은, 그래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표성을 가진 사람.
강민준
(낮게)
교단들이 동의하겠어?
이사무엘
교단 동의가 아니야. 교인들이 직접 뽑는 거야. 전체 등록 교인 투표로. 교단들이 반대하고 싶어도 자기 교인들이 선택한 건데 반대할 명분이 없지.
두 사람 사이에 긴 침묵. 창밖 서울 하늘에 붉은 저녁빛이 번진다. 수많은 교회 십자가들이 그 빛 속에 잠긴다.
강민준
(창밖을 보며)
누가 그 일을 해야 할까.
이사무엘
(강민준을 보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할 사람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강민준이 이사무엘을 천천히 돌아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무언가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칼럼 · 논설 III
균열의 뿌리 — 세 가지 동시 작동

한국교회의 위기는 단일 원인이 아니다. 세 가지 균열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첫째 균열은 내부에서 왔다. 세습, 재정 불투명, 이단 방치, 권력 사유화. 이것들은 외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성장의 시대에 개혁을 미루고 숫자의 성공에 취한 결과다. 이것은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둘째 균열은 외부에서 왔다. 실재하는 문제를 선택적으로 수십 배 증폭하고, 맥락을 지우고, 다른 종교에는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 공세. 우연이라 하기에는 패턴이 너무 일관된다.

셋째 균열은 구조에서 왔다. 200개 교단으로 분열된 채, 1년짜리 총회장들로 운영되는 구조. 공격받아도 방어할 창구가 없고, 협상해야 할 때 대표자가 없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균열이다.

세 가지 균열을 동시에 직시할 때만 진정한 해법이 보인다. 외부 공세만 탓해도 안 되고, 내부 개혁만 외쳐도 안 된다.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작이다.

에필로그
그날 밤
S#4. 내부 — 강민준 목사 서재 — 밤
낡은 책상 위 성경과 노트. 강민준이 홀로 앉아 스탠드 불빛 아래 무언가를 쓰고 있다.
하나의 목소리. 가능한가? 해야 하는가?

펜을 내려놓고 두 손을 모은다.
강민준
(기도처럼)
주님, 우리가 너무 오래 각자였습니다.
이제... 하나 될 수 있겠습니까.
스탠드 불빛이 깜박인다. 그리고 다시 안정된다.
F.O.
"우리가 너무 오래 각자였습니다.
이제... 하나 될 수 있겠습니까."
— 강민준 목사의 기도
다음 에피소드
Episode 2 · "보이지 않는 손"
공격의 패턴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는 증거들.
탈북자 최아가다 목사의 충격적인 증언.
그리고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선린교회 · sunlin.kr · 하나의 목소리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