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목소리 · 시리즈 II
Episode 2
보이지 않는 손
패턴은 우연을 가장한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 요한복음 10:10
프롤로그
김다니엘의 파일 뭉치
S#1. 내부 — 작은 카페 구석 자리 — 밤
형광등 하나가 깜박이는 허름한 카페. 김다니엘 기자 (45세)가 두꺼운 파일 뭉치들을 펼쳐놓고 있다. 지난 5년간의 기사 스크랩들, 판결문 사본들, 손으로 그린 타임라인 메모. 그가 마커로 특정 기사들에 동그라미를 치고 선으로 연결하기 시작한다.

선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하나의 패턴이 드러난다.
김다니엘
(혼잣말)
우연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어.
그가 최아가다 목사에게 문자를 보낸다.
📱 "목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일 만날 수 있을까요. 급합니다."
잠시 후 답장이 온다.
📱 "알고 있었어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01
시나리오
최아가다의 증언
S#2. 내부 — 탈북자 선교센터 — 낮
최아가다 목사 (38세). 함경도 출신 탈북자. 북에서 지하교회를 섬기다 검거 직전 탈출했다. 남한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다. 그녀 앞에 김다니엘이 앉아 있다.
김다니엘
북한이 남한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최아가다
(담담하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남한 교회는 북한 입장에서 제일 두려운 존재예요. 대북선교를 하고, 탈북자들을 돕고, 북한 내부에 복음을 전하려 하고.

그러니까 깨뜨려야 하는 거죠. 직접 못 깨뜨리면 스스로 깨지도록 만드는 거예요.
김다니엘
스스로 깨지도록 만드는 방법이 뭡니까?
최아가다
평양 봉수교회 아세요? 외국 방문객들한테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고 보여주는 곳이에요. 근데 그 교회 목사들은 다 통일전선부 소속이에요.

예배도 드리고, 찬송도 부르고, 성경도 읽어요. 하지만 목적은 하나예요. 남한 교회와 해외 교단을 포섭하는 거예요. 교류라는 명목으로 접촉해서 친북 성향을 만들고, 헌금을 외화 벌이로 돌리고, 남한 교단끼리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시키는 거예요. 교단끼리, 교회끼리, 목사들끼리. 불신하게 만들고 싸우게 만들면 교회는 선교할 힘을 잃어요.
김다니엘
그게... 실제로 남한 언론이나 정치권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까?
최아가다
(잠시 멈추며)
직접 지령을 받는 사람은 소수예요. 하지만 그 소수가 분위기를 만들면 나머지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요.

물고기를 잡을 때 그물 전체를 끌어당기는 게 아니에요. 물의 흐름을 바꾸면 물고기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거예요.
창밖으로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공식 확인 — USCIRF 보고서
전 북한 보안 요원들은 개신교를 "절대유일의 이념인 김일성주의"의 이념적 경쟁 상대로 간주하도록 교육받았다고 증언했다.
공식 확인 — 봉수교회 실체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통일전선부 산하 단체다. 접촉하는 모든 단체와 인사들은 포섭 대상이 된다.
공식 확인 — 가짜 목사 침투
북한 경찰이 "목사"로 행세하거나 가짜 기도 모임을 열어 중국 조선족 교회에 침투한 사례가 USCIRF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미확인 영역
남한 특정 대형교회를 표적으로 한 구체적 작전 계획 문서는 현재 공개된 자료의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칼럼 · 논설 I
공작의 문법 — 진심을 이용하는 전쟁

냉전이 끝났다고 대남공작도 끝난 것이 아니다. 방식이 더 정교해졌다. 북한 통일전선부의 기본 교리는 단순하다. "적의 내부 모순을 발견하고 확대하라." 직접 공격보다 내부 분열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 전술이 무서운 이유가 있다. 목표 집단 내부의 사람들이 자신이 공작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진심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는다. 언론인은 진실을 보도한다고 믿고, 시민단체는 개혁을 추진한다고 믿는다. 이 진심이 공작을 완성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사건의 사실 여부가 아니다. 사건들의 패턴, 타이밍, 선택성, 방향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반드시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 외부 공작이 있다고 해서 내부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공작이 효과적인 이유는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 위에 올라타기 때문이다.

02
시나리오
세 목사의 회합
S#3. 내부 — 강민준 목사 서재 — 저녁
강민준, 이사무엘, 박여호수아 세 사람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테이블 위에는 김다니엘이 정리한 파일 뭉치와 최아가다가 건넨 자료들이 놓여 있다. 한참 동안 아무도 말이 없다.
박여호수아
(파일을 내려놓으며)
이게 사실입니까?
김다니엘
공식 문서로 확인 가능한 부분만 정리한 겁니다. USCIRF 보고서, 유엔 COI 보고서, 국정원 공개 자료. 추측은 배제했습니다.
강민준
(천천히)
외부에서 불씨를 던진 건 맞아요. 그런데 그 불이 번진 건 우리 안에 마른 풀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세습, 재정, 권력 문제. 그게 없었으면 불씨를 던져도 타지 않았겠지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해요. 안으로는 스스로 개혁하고, 밖으로는 하나의 목소리로 방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이사무엘
맞아요.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들기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어요.

사람들이 알아야 해요. 교계 지도자들이, 일반 성도들이 이 구조적 문제를 인식해야 해요. 언론 플레이가 먼저예요. 우리가 먼저 말해야 해요.
칼럼 · 논설 II
세습 문제의 두 얼굴 — 악용된 비판과 실재하는 문제

한국교회 세습 문제는 복잡한 현실이 있다. 담임목사 명의로 교회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법인 체계가 정비되지 않았던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 방어 기제이기도 했다. 세습이 없을 때 발생하는 분열과 정체성 혼란 역시 실제 피해를 낳았다.

그러나 이것이 세습의 모든 문제를 면제하지는 않는다. 후계자 역량이 현저히 부족한데도 강행된 경우, 반대 목소리를 강압으로 눌러버린 경우, 재산을 교회가 아닌 가문의 자산으로 운용한 경우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언론의 문제는 이 두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비판했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부자 세습"이라는 단어를 통해 재벌 세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교회에 이식했다. 범주가 다른 문제를 동일한 도덕적 낙인으로 처리한 것이다. 진정성 있는 비판이라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세습 대신 선택한 교회들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가짜가 아니에요.
진심을 이용하는 거예요."
— 강민준 목사
다음 에피소드
Episode 3 · "100명의 총회장"
총회 유명무실의 구조적 민낯.
이단 통합 규정의 공백이 낳은 비극.
22,000명의 선교사가 각자 싸우는 현실.
그리고 총대를 매는 첫 번째 사람.
선린교회 · sunlin.kr · 하나의 목소리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