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끝났다고 대남공작도 끝난 것이 아니다. 방식이 더 정교해졌다. 북한 통일전선부의 기본 교리는 단순하다. "적의 내부 모순을 발견하고 확대하라." 직접 공격보다 내부 분열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 전술이 무서운 이유가 있다. 목표 집단 내부의 사람들이 자신이 공작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진심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는다. 언론인은 진실을 보도한다고 믿고, 시민단체는 개혁을 추진한다고 믿는다. 이 진심이 공작을 완성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사건의 사실 여부가 아니다. 사건들의 패턴, 타이밍, 선택성, 방향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반드시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 외부 공작이 있다고 해서 내부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공작이 효과적인 이유는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 위에 올라타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세습 문제는 복잡한 현실이 있다. 담임목사 명의로 교회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법인 체계가 정비되지 않았던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 방어 기제이기도 했다. 세습이 없을 때 발생하는 분열과 정체성 혼란 역시 실제 피해를 낳았다.
그러나 이것이 세습의 모든 문제를 면제하지는 않는다. 후계자 역량이 현저히 부족한데도 강행된 경우, 반대 목소리를 강압으로 눌러버린 경우, 재산을 교회가 아닌 가문의 자산으로 운용한 경우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언론의 문제는 이 두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비판했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부자 세습"이라는 단어를 통해 재벌 세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교회에 이식했다. 범주가 다른 문제를 동일한 도덕적 낙인으로 처리한 것이다. 진정성 있는 비판이라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세습 대신 선택한 교회들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